📌 Introduction


서류부터 면접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못한 건지, 안 한 건지를 고민을 해봤는데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디프만의 선발 과정을 얕본 건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양자 택일 문제였다.
어떤 활동을 하던, 나에게 최우선 순위는 커리어여야만 한다.
문제는 최근 상당히 까다로운 태스크를 할당받아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이 업무를 끝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외부 활동을 하겠다는 나의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단순히 의욕만 앞선 행위라면, 회사나 동아리 양쪽에 모두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무엇에 더 집중을 할 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다.
동아리 활동 전에 업무에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면 서류나 면접 준비에 소홀해질 것이고, 선발 과정에 시간을 쏟으면 그만큼 업무가 늘어져서 합격을 해도 문제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답이 정해진 문제였다.
당연히 업무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그 외에도 7개나 벌려놓은 스터디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활동 전에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포폴 첨삭을 해주고, 동아리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공부도 미리 다 끝내놔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서류 작성은 하루, 면접 준비는 기껏해야 30분밖에 할애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섰다.
고작 이 정도 준비밖에 안 했으면서 붙을 거라는 뻔뻔한 기대는 하지 않았고, 당연히 도중에 떨어질 거라 예상했는데 어찌저찌 붙었다. (물론 마인드 만큼은 언제나 월클이었다. '날 떨어트리면 너희 손해임.')
이번 기수 개발자 최고 경쟁률이 8.1:1 정도로 이전 기수들보다 확연히 저조해졌던데, 그게 아니었다면 반드시 떨어졌을 것이라 본다.
📌 Why Depromeet?
굳이 디프만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디프만이 아닐 이유도 없었다.
본래 외부 커뮤니티를 찾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커뮤니티
- 하나의 집단에만 소속되면 필연적으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간다. 난 그 기분이 끔찍하게도 싫었다. (집단 구성원들의 실력과는 무관한 이야기)
- 그렇다고 회사 타이틀이 더 이상 내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느꼈기에, 굳이 관련 종사자 커뮤니티를 고집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당신이 회사원이냐, 개발자냐가 중요한 영역이니까. 좋은 회사를 다닌다고 그 사람이 좋은 개발자라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 회사나 학교를 다니면서 외부 활동을 병행한다는 건, 목표가 무엇이든(설령 취업, 이직이 목표일지언정) 발전을 위한 욕심이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 생각했다. 실력은 논외 사항.
- 프로덕트
- 학생 때 남은 유일한 미련은 모든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것.
- 자사 서비스에 아무리 애정을 가진다고 해도, 결국 이건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현실.
- 그렇다면 '나는 여전히 로컬 호스트조차 벗어나지 못한 반쪽짜리 개발자가 아닌가?'라는 고민.
- AI 덕에 혼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긴 했으나, 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혼자 프로젝트를 하면 자꾸 딴 길로 샌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지도에 위치 찍다가 삼각측량 공식을 음미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 나의 연구욕이 뻗어나가는 걸 방지해줄 가이드레일이 필요했다.
원래는 특수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준비하려고 했으나, 돈이 어지간히도 많이 깨진다는 불편한 사실...과 더불어 아직은 연구보다는 프로덕트에 좀 더 관심이 많다는 변변찮은 이유로 외부 동아리를 택했다.
조건은 단순했다.
실무 경험이 있는 현직자가 적당히 포함(프로젝트가 과하게 학술적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 목적)되었으면 좋겠고, 어느정도 체계적인 선발 절차가 있길 바랐다.
이 조건으로 탐색했을 때 가장 처음에 발견한 게 디프만이었다는 게 전부였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면 한다.
다른 외부 동아리도 많긴 하던데, 굳이 더 알아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디프만 공식 깃헙 페이지에서 11기부터 18기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전직군의 프로필을 훑어보고 만족했기에, 굳이 여기서 선택지를 더 늘려 집중력을 흐리고 싶지 않았다.
📌 Resume
다른 블로그들 훑어 보니까 서류 문항 정도는 공개해도 되는 거 같아서 맘 편하게 썼다.
- 디프만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이번 기수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를 작성해 주세요. 그 목표가 본인과 디프만 팀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서술해 주세요. (500자)
- 디프만은 약 4개월간 몰입도 높은 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현재 본업(직장/학업)을 포함하여 병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활동(타 스터디, 사이드 프로젝트, 자격증 등)을 모두 나열하고, 디프만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고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 관리 계획을 작성해 주세요. (500자)
- 팀 프로젝트나 협업 진행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팀원 이탈, 일정 지연, 기술적 난관, 의견 대립 등)에 직면했지만, 끝까지 책임을 다해 완주했던 경험을 작성해 주세요. 당시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세요. (500자)
- 주어진 역할의 범위를 넘어, 팀의 문제를 내 일처럼 여기고 주도적으로 해결했거나 품질을 높였던 경험이 있다면 작성해 주세요.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그 결과 팀이나 프로젝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작성해 주세요. (700자)
- 완벽한 계획보다는 빠른 실행과 시도(실험)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었던 경험을 작성해 주세요. 초기 계획이 틀어졌거나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했고, 개선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서술해 주세요. (700자)
- 서버 개발자로서 협업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역량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례가 있으면 함께 설명해주세요. (최대 700자)
-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술적 어려움 혹은 시스템 장애 경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했는지 설명해주세요. 원인 파악 과정과 문제 해결 절차에서 본인이 한 역할을 중심으로 작성해 주세요.(최대 1,000자)
- 자소서 or 포트폴리오
(요샌 동아리나 해커톤 질문 문항이 회사 지원 서류의 질문 문항보다 많은 것 같다. 정신이 살짝 아득해질 뻔.)
내가 면접관의 입장이라면 '나'와 같은 지원자 유형의 장점과 리스크는 무엇일까.
실력이나 열정 측면에 있어서는 회사 타이틀과 블로그라는 증거가 존재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학생이었다면 실력을 입증하기 위한 고민도 많이 필요했었을 텐데, 지금은 사용할 수 있는 전략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만 열정이 너무 과하다는 점과 경력이나 고집을 앞세워 팀을 찍어누를 것이 우려스러울 것이라 분석했다.
나도 일정 관리도 못 하면서 열정만으로 일을 벌리는 무능한 사람, 더 이상 인풋은 하지 않고 아웃풋만 하는 사람을 싫어하긴 하나, 이런 요소들은 당췌 증명하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1~6번 문항 전체를 문제 해결 역량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일정 관리 능력, 책임감과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 작성했고, 기술적인 부분은 7번 문항과 추가로 제출하는 포트폴리오에 올인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꾸밈이나 과장도 섞지 않았다.
그들이 판단하기에 내가 디프만과 맞지 않은 성향이라면 마땅히 걸러내주기를 바랐고, 그것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자기 PR을 주장이나 감정 호소로 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기에, 최대한 실증적인 증거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려고 노력은 했다.
문제는 오래된 포트폴리오까지 하루만에 전부 갱신하려니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첨삭은 못하고 그냥 제출했었다.
면접 전에 다시 한 번씩 훑어봤는데, 이상한 내용도 적어놓은 걸 뒤늦게 발견해서 '아, 망했네'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 더 필요없지 않을까.
아직도 서류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
📌 Interview
진짜 하나도 준비하지 않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처음에 적은 것처럼 모든 걸 마무리해두지 않으면 붙어도 의미가 없었기에, 모든 일을 쳐내느라 가장 바빴던 한 주였다.
심지어 면접도 가장 첫 날 오후 2시에 잡혔었는데, 오후 1시까지 영어 회화 스터디하다 오는 전사의 심장.
물론 이렇게까지 배짱을 부리게 된 나름의 3가지 이유가 있긴 했다.
- 제출한 자소서랑 블로그 기반으로 질문이 많이 나온다는 정보를 이미 확인했었다.
- 자소서에 적은 내용들은 취준할 때 질릴만큼 봤던 내용들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워낙 많은 회고를 하니까 굳이 특별하게 더 준비할 게 없었다.
- 만약 블로그 기반으로 질문을 했는데 답변을 못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면 합불이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스스로의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문제다.
- 커피챗 분위기라고 많은 후기에 적혀있기도 하고, 설마 경력으로 지원했는데 CS를 물어볼까 싶어서 패스했다.
- 설령 CS 질문이 나왔어도 답을 못했다면 문제다.
- 클로드한테 디프만 정보 조사해서 면접관 페르소나 확립시킨 후에, 내 자소서와 블로그 기반으로 예상 질문을 리스트 업을 시켜봤었다. 100개 질문 정도를 빠르게 스캔해봤는데, 딱히 답변에 걸리는 부분이 없어서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마인드로 면접 당일 구글밋에 접속했고, 나랑 같은 현직자와 함께 다대다 면접을 봤다.
(이전 후기들 보면 다른 직군들이랑 면접을 보기도 하고, 재직자랑 학생도 섞여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할 때는 잘 분리를 해서 면접이 진행된 것 같아 좋았다.)
그런데 같이 면접보시는 분이 준비를 많이 해오신 것 같아서 살짝 당황했다.
'이 정도로 준비를 해왔어야 했나?', '내가 너무 안일했나?' 뭐 이런 잡생각이 들다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평정심을 잃지는 않았다.
평정심을 잃지는 않았는데 답변은 망했다. ㅋㅋ
면접 직전 이번 기수 운영진 구성을 확인했을 때 가장 취약한 쪽은 iOS 쪽이었고, 그렇다면 분명 iOS 유관 경험이 있는 내게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한 그대로의 질문이 들어오긴 했으나, 답변 직전에 생각의 변화가 생기는 바람에 횡설수설했다.
서버 파트 관련 질문도 몇 개 받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매끄러운 답변은 아니었다.
'이번엔 진짜 망했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면접 다음 주 목요일 점심 시간 쯤에 최종 결과 메일을 받았을 때, 별 기대도 안 하고 열었는데 합격했다고 적혀있길래 잘못 읽은 줄 알았다.
이건 진짜 어떻게 붙은 거지.
📌 Conclusion
뭔가 dramatic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회사나 동아리나 부트캠프 모두 결국 잘 하던 사람이 잘하고, 열심히 하던 사람이 열심히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특이한 케이스가 드물게 있긴 하나, 매우 드물기 때문에 특이하다고 취급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리고 활동을 열심히 하면 할 수록 마찰도 분명히 발생할 테고, 또다시 내 인격적인 미성숙함을 되돌아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실패 경험을 한 번 더 누적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도전한 만큼 후회없는 활동을 할 것이다.
뭐가 됐건 현재에 안주하는 것보다 최악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