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조던 B. 피터슨이 지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고 싶었다.
지금 호기심에 쾨니그 정리와 푸리에 정리를 증명하려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라는 이유도 있긴 하다.
하여튼 다소 암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최근 태도를 좀 되돌아볼 겸 작성해보고자 한다.
1. 책을 읽게 된 배경
살기 위해 읽었다.
원래 자기 계발서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에세이는 혐오하는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군 시절을 일 잘하는 병사 취급을 받음과 동시에 의욕만 앞서고 무능한 중대장을 만나
인생에 깊고 깊은 회의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뻔한 그 순간까지 내가 살기 위한 이유와 방법을 미친 듯이 찾았고
약 100여 권 가량의 책을 독파한 끝에 발견한 이 책은 4번을 정독하고 필사까지 하고 아직까지도 종종 좋아하는 구절을 찾아 읽는다.
아마 이 책은 딱히 인생의 변곡점이 없는 시점에 읽는다면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내가 이 책을 접했다면 조금 읽다가 진부하다며 덮어버렸을 수도 있다.
언뜻 보면 극단적이기 그지 없는 해결책들이 카테고리에 두루 쓰여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딴 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걸까 싶다가도 하버드대 교수가 썼다길래 혹해서 읽어봤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2. 책의 내용
책이 말하는 인생의 혼돈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어깨를 피며 걷고, 내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고,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는 등등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행동들이다.
특히나 죽지 않기 위해 이 책을 붙잡고 읽어야 할 정도로 정상적인 판단력조차 일그러진 상태였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한 번 내용을 훑어보면 과학적이면서 종교적인 내용들과 개인사들을 얼기설기 엮어서 굉장히 논리적인 문장을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무교에 속한다.)
다만 뒤로갈 수록 종교적인 내용이 좀 더 주를 이루다 보니 나보다도 거부감이 심한 사람이라면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적어도 '종교'라는 것이 인간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측면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었던 것 같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각각의 법칙은 사실 해석하기 나름이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다소 곤란해질 법칙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라는 단순하게 해석해도 무방하지만(나는 그보다 책 속의 구절 중에서 "내가 찾는 삶의 의미가 죽음이라는 절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받아들인다.)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는 결코 아첨꾼만을 곁에 두라는 내용이 아니다.
그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그들을 곁에 두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여간 GP에 파견나갔을 때, 틈틈히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지난날의 모든 행동들 하나하나에 의문점을 찍고, 질문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몇 십 번이고 돌이켜 생각했다.
어차피 하루 근무시간이 혼자서 짧으면 8시간 길면 11시간까지 고립된 공간 속에 있는 환경에서 남아도는 건 시간 뿐이었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서라"
내가 찾는 삶의 의미가 죽음이라는 절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 자신을 도와주어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사소한 선택이라도 신중하게 결정하고, 소임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
목적지에 잘 도착하는 것 보다는 여행하는 동안 즐거운 것이 훨씬 낫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마라"
현실적이고 용기있는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훈육이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 하지 마라. 나를 나약하고 부끄럽게 하는 말이 아닌, 나를 강인하게 하고 힘이 되는 말만 하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라.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있는 길을 선택하라"
의미는 혼돈으로부터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킨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맞게 행하라. 편의주의는 맹목적 충동을 따르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선택이다. 의미는 충동을 통제하고 조절할 때 생겨난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마라"
진실은 구호도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이다. 진실은 삶의 깊고 깊은 원천에서 끊임없이 샘솟는다. 그래서 우리가 삶의 필연적 비극에 맞닥뜨려도 영혼이 위축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거짓은 의식체계를 조작한다. 거짓은 세계를 타락시킨다. 적어도 거짓말만은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로운 지식이 합쳐 지혜로 변할 것이다.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삶의 혼돈을 직시하고 맞서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라. 삶은 어차피 고통이다. 상처에 맞서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보다 치명적일 일은 없다.
"아이들이 스케이드 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강한 남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약한 남자가 무엇을 할 수 잇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라. 과보호는 실패와 질투, 원한과 파괴를 조장하는 반인륜적 풍조다.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인생의 힘든 순간에는 시간 단위를 짧게 끊어라. 1분을 어떻게 보낼지 상상하라. 눈 앞의 문제를 마주할 용기만 낸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따. 힘들고 어려울 수록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 지금의 나는...
최근 내 별명은 이렇다.
처음에는 운동으로 시작했다.
내가 절대 달성할 수 없을 법한 고강도 맨몸 운동 루틴을 달성해내고 그걸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였다.
입버릇은 항상 "나를 죽이지 못 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말을 연신 뱉어가며,
힘들어 죽을 것 같다가도 한 번 포기하려고 했던 목숨이 뭐가 아까워서 사리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도전한다.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직면해도 할 수 있게끔 일을 만들어서라도 도전했다.
더이상 나약하고 비루한 변명은 늘어놓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모든 것을 도전했고, 운 좋게 코딩이라는 적성을 찾아서 꿈도 찾았다.
지금은 맨몸 운동과 복싱, 화학공학과 컴공 복수전공에 스터디 4개와 학원 수업까지 들으면서 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내가 받아들인 바에 의하면 이렇다.
현실은 원래 불합리하기 짝이 없고, 거기에 우울해지고 쓰러지는 것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는 필연적 과정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그럼에도 선을 좇으려하는 의지만 있다면 단순히 삶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더더욱 강해질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의욕 과다를 넘어서 좀 오만해진 감이 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게 어떻게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라서 스스로 경계하는 차원에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고 블로그에도 정리하게 되었다.